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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이사 후 없던 비염이 생겼습니다: 환기 부족이 부르는 질병들

원룸으로 이사한 뒤 없던 비염이 생겼습니다. 원인을 찾다가 알게 된 습도와 곰팡이, 이산화탄소 문제, 그리고 실제로 바꿔본 환기 습관과 장비를 정리했습니다.

감기인 줄 알았던 비염

작년에 원룸으로 이사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꽉 막혀있고, 세수하다가 재채기를 대여섯 번씩 연달아 했습니다. 처음엔 환절기 감기려니 했는데요. 근데 감기는 길어야 일주일이잖아요. 이게 한 달을 넘어가니까 그제야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살면서 비염이라는 걸 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집에 살 땐 봄에 꽃가루 좀 날려도 아무렇지 않았고요. 그런데 이사 딱 하고 나서 이러니까, 원인이 집에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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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나의 환기 습관


돌이켜보면 저는 창문을 거의 안 열었습니다. 겨울이라 춥고, 여름엔 에어컨 켜고, 미세먼지 나쁜 날엔 열면 안 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한 주 내내 창문 한 번 안 여는 날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요리하고 나서도 후드만 잠깐 돌리고 끝내곤 했습니다.

원룸이 문제인 건, 한 공간에서 자고 요리하고 씻는다는 점입니다. 아파트라면 화장실 습기는 화장실에, 조리 연기는 주방에 어느 정도 갇혀 있는데, 원룸은 샤워하고 나온 습기가 그대로 침대까지 가더라고요. 삼겹살 구운 연기가 바로 베개에 앉습니다. 같은 시간 환기를 안 해도 원룸이 훨씬 빨리 나빠지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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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와 진드기가 좋아하는 습도


제가 습도계를 사서 처음 재 봤을 때 숫자가 68%였습니다. 별생각 없이 보다가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게 좋은 숫자가 아니더라고요.

일반적으로 곰팡이는 상대습도 60%를 넘으면 자라기 시작하고, 집 먼지 진드기는 55~75% 구간에서 잘 번식한다고 합니다. 온도는 20~30도, 그러니까 우리가 쾌적하다고 느끼는 딱 그 온도가 이 친구들한테도 최적입니다. 제 방은 그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곰팡이 포자와 진드기 배설물은 둘 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대표적인 원인 물질입니다. 그리고 원룸에서는 침구가 방 한가운데 있으니까, 하루 7~8시간을 그 위에서 숨 쉬게 되죠. 노출 시간이 다른 집보다 훨씬 길 수밖에 없습니다.

벽지 뒤나 창틀, 화장실 실리콘을 확인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저는 침대 머리맡 벽 모서리에서 검은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때인 줄 알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병원에서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인 물질까지 검사로 확인한 건 아니라서 곰팡이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시기와 환경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고, 환기 습관을 바꾼 뒤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증상이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자가 진단하지 마시고 이비인후과에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원래 없던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빨리 가는 게 상책이더라고요.



환기를 안 하면 생기는 여러 문제들


비염 원인을 알아보다가 검색을 이어가게 됐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호흡기 질환

곰팡이 포자는 비염뿐 아니라 천식 악화의 원인이 되고, 드물게는 과민성 폐렴이라는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곰팡이를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로는 충분합니다.

조리할 때 나오는 오염물질

가스레인지를 쓰면 이산화질소와 초미세먼지가 나옵니다. 원룸은 후드가 약하거나, 형식적으로 달려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기 구울 때 특히 많이 나오죠. 저처럼 집에서 고기 자주 굽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더 신경 쓰셔야 합니다.

이산화탄소 축적

이건 질병이라기보단 증상 쪽에 가깝습니다. 밀폐된 방에서 자면 밤새 이산화탄소가 쌓입니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다중이용시설 기준으로 1,000ppm 이하를 권고하는데, 문 닫고 자는 좁은 방에서는 아침에 2,000ppm을 넘기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정확한 수치는 방 크기와 밀폐도에 따라 편차가 크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어떤 것이 있냐면 아침에 두통,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낮에 집중이 안 되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서 환기 안 한 방에서 자면 머리가 무겁다는 말이 나온 거더라고요. 참고로 공기청정기로 이산화탄소 수치를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환기가 정말 중요해요.

새 가구와 새 벽지에서 나오는 것들

이사 오면서 침대랑 책상을 새로 샀고, 집주인이 도배를 새로 해준 상태였습니다. 이때 나오는 게 휘발성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입니다. 눈이 따갑거나 목이 칼칼하고 두통이 오는 게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새 가구, 새 벽지 냄새는 보통 초기 몇 달간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신축이나 리모델링 직후에 입주하신 분이라면, 오히려 그 시기에 환기를 제일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저는 정확히 그 반대로 해서 많이 아쉽네요.

일산화탄소

위의 것들이 시간을 두고 몸을 갉아먹는 문제라면, 일산화탄소는 급성입니다. 보일러 배기구가 막혔거나 연통에 균열이 있으면 중독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갑니다. 잠든 사이에 일어나면 알아챌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환기 습관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제일 무섭더라고요.



내가 바꾼 것들

정보만 잔뜩 알고 아무것도 안 바꾸면 의미가 없으니 실제로 뭘 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최적의 환기 타이밍 설정

하루에 세 번 30분 환기는 솔직히 원룸 자취생에게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두 개만 정했습니다.

● 요리 직후 10분: 후드 켜둔 채로 창문 열기. 조리 오염물질은 이때 대부분 빠짐

● 샤워 후 30분 이상: 화장실 문 열어두고 환풍기 계속 돌리기. 습기를 화장실 안에서 빼는 게 핵심.

이 두 가지만으로 습도계 숫자가 눈에 띄게 내려갔습니다.

창문이 하나뿐인 구조에서 공기를 흐르게 하는 법

원룸은 대개 창문이 하나입니다. 맞통풍이 안 되면 공기가 그냥 고여 있죠. 저는 화장실 환풍기를 켜고 창문을 여는 방식을 씁니다. 환풍기가 공기를 빨아내면서 창문 쪽에서 새 공기가 들어오는 흐름이 생깁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창문만 여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는 방법도 있는데, 보안 때문에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도어스토퍼로 문을 살짝 열어두고 경계하며 잠시 열어둡니다.

습도를 50% 아래로 맞추기

곰팡이와 진드기가 싫어하는 구간이 대략 40~50%입니다. 겨울엔 가만둬도 낮아지지만 여름 장마철엔 제습기 없이는 어렵습니다. 제습기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며, 그게 부담스럽다면 화장실에 제습제를 놓고 환풍기를 상시 돌리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이산화탄소 측정기

솔직히 처음엔 이런 걸 왜 사나 싶었는데요. 그런데 숫자로 보이니까 행동이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1,200ppm이 찍혀 있으면 창문을 안 열 수가 없습니다.

이산화탄소 측정기 고를 때 팁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고르실 때 하나만 확인하세요. NDIR 방식인지 봐야 합니다. 저가형 중에 실제로는 VOC를 측정해서 이산화탄소 농도로 환산해 보여주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건 숫자가 잘 안 맞습니다. 제품 설명에 NDIR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가격대는 대략 3만 원대부터 시작합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1~2만 원대면 삽니다. 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최악의 경우를 막을 수 있다면 이건 안 살 이유가 없습니다.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설치 위치는 보일러 근처, 그리고 주무시는 자리 근처입니다. 배터리형이 많아서 벽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침구 관리

진드기 때문에 주 1회 60도 이상 온수로 침구 세탁, 그리고 아침에 이불을 개지 않고 펼쳐두기. 이불을 바로 개면 밤새 흡수한 습기가 안에 갇힙니다. 저는 아침에 이불을 침대에 펼쳐놓고 나갑니다.



환기 시 주의점

무조건 창문을 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데요. 이 부분을 안 짚고 넘어가는 글이 많은데, 실제로 겪어보니 중요했습니다.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

바깥공기가 더 나쁜 날엔 오래 열어두면 손해입니다. 이럴 땐 짧게 5~10분만 열어서 이산화탄소만 빼고 닫는 게 낫습니다. 완전히 안 여는 것보단 짧게라도 여는 쪽이 낫습니다.

장마철, 비 오는 날

습도가 90%인 날 창문을 활짝 열면 실내 습도가 올라갑니다. 곰팡이 잡으려고 열었는데 오히려 곰팡이를 부르는 셈입니다. 이럴 땐 환기 대신 제습기나 에어컨 제습 모드를 쓰는 게 맞습니다.

한겨울 결로

찬 공기가 갑자기 들어오면 창틀과 벽면에 결로가 생기죠. 그 물기가 마르지 않으면 그 자리가 곰팡이 자리가 됩니다. 겨울엔 오래 여는 것보다 짧고 자주가 낫고, 환기 후에 창틀에 맺힌 물기는 닦아주시는 게 좋습니다.

새벽과 늦은 저녁

대기가 정체되는 시간대라 오염물질이 지면 가까이 깔립니다. 가능하면 낮 시간대에 환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9시 사이에 환기하기에 가장 베스트라고 하네요.


두 달 뒤 솔직 후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비염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한번 생긴 알레르기는 그렇게 쉽게 없어지진 않더라고요.

다만 아침에 코가 꽉 막힌 채로 깨는 일은 거의 없어졌고, 연달아 재채기하는 것도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제일 컸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덜 합니다. 이건 이산화탄소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룸에 살면서 제일 아쉬운 게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점입니다. 창문을 더 낼 수도, 방을 나눌 수도 없습니다. 대신 습관은 바꿀 수 있고, 몇만 원짜리 장비 몇 개로 못 보던 걸 보이게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

혹시 이사하고 나서 예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셨다면, 한 번쯤 집을 의심해 보시길 권합니다.